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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관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관리자의 정의가 분명치 않다.
2. 관리자가 하는 일이 분명치 않다.


많은 개발사들의 사장님들께, 혹은 관리자분들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관리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대부분 시원스러운 대답은 하지 못할거라고 봅니다. 두리뭉실한 대답들을 하시겠죠.

"팀원들 관리도 하고 어쩌고...." 아마 대체로 이렇게 대답하실텐데...이게 답입니까? --;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관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뭐가 문제가 되는지 한번 글을 써보겠습니다.


요새(when)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where)에서 지칭하는 관리자란 다음과 같습니다.

-PM(Project Manager)
-PD(Project Director or Producer)

프로젝트당 PD,PM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PD만, 혹은 PM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PM만 있군요.

그럼 제 나름대로 PM과 PD의 업무를 분리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PM의 업무]
-근태 관리
-각종 외주 계약 및 스튜디오 혹은 팀의 비용 관리
-장비 및 비품 관리
-구성원들 고충 상담(개발자 A와 B가 치고박고 싸우면 화해시키기도 한다)
-일본만화에 나오는 고교 야구팀 매니져와 비슷함
-군대로 치면 행정보급관과 비슷함

[PD의 업무]
-개발 계획 수립
-개발 일정 체크(ex:계획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못하면 계획을 수정하든지, 담당자를 문책한다)
-파트별,팀별 담당자 지정. 업무 분담(ex: ui 코드는 네가 짜고, 네트웍 코드는 네가 짜라.)
-문제점 봉착시 방법 제시 및 결정(ex:우리는 엔진이 없어요. 어떻게 하죠? /사장을 설득해서 언리얼 엔진을 사게하자)
-군대로 치면 전투 지휘관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가 되나요?

물론 이건 제 기준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수도 있겠죠. 제가 쓰는 글이니까 제 기준이 맞다고 치고 넘어갑시다.

여기서 문제를 내보죠.


1. PD의 업무는 꼭 필요합니까?

2. PM의 업무는 꼭 필요합니까?

3. PD는 꼭 필요합니까?

4. PM은 꼭 필요합니까?

5. PD와 PM 중 어느 쪽이 더 필요합니까?


그리고 제가 답을 적겠습니다.


1.PD의 업무는 꼭 필요합니까?
- 예.우리는 게임을 개발해서 파는게 목표입니다. 전투를 해서 이기는게 목표입니다. 전투 지휘는 꼭 필요하죠.

2.PM의 업무는 꼭 필요합니까?
- 예. 개발을 하려면 병참지원도 필요합니다.

3.PD는 대체 가능합니까?
- 아니오. 식량 수송을 잘 하면 전투도 잘합니까?

4.PM은 대체 가능합니까?
- 예. 사실 상당 부분 관리부서나 파트장/팀장들에게 분담시킬 수 있는 일들입니다.

5.PD와 PM중 어느 쪽이 더 필요합니까?
PD입니다.
봅시다. 왜 개발팀을 유지합니까? 게임을 만들어서 팔아먹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개발팀에 사람들이 모여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닌 과정일 뿐입니다.
전투를 하는데는 병참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식량이 없으면 전투를 할 수 없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식량을 조달하는 것이지, 식량을 축내려고 전투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진짜진짜 문제를 제기해보겠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의 결론이라 할 수 있겠네요.



1. PD가 없는 개발팀

PD인지 PM인지 이사인지 팀장인지 뭐 직함같은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실제로 PD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의 개발팀은 PD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하고 당신을 무엇을 하시오." 라고 업무를 제대로 분담해주고 있습니까?

"우리 프로젝트는 현재 무엇이 없고 무엇이 없습니다. 출시를 위해서는 무엇을 추가해야합니다. 무엇무엇은 불필요하므로 빼야합니다." 라고 프로젝트의 상태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저는 PD가 없는(PD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없는) 개발팀을 많이 보았습니다. N사의 PD 김군은 이런 조직을 [대장이 없는 조직]이라고 부르는거 같습니다. 적당한 표현입니다. 대장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전투는 못합니다.

모여서 뭔가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면 PD가 없는 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관리]라는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팀원들간에 안싸우고 출퇴근 시간 잘 지키는게 무슨 소용입니까? 말했듯이 식량을 축내려고 전투병력을 모아놓은게 아닙니다. 싸워 이기려고 식량을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관리]를 [PD의 역할]과 혼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PD자리에 앉힙니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팀을 보며 만족해합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근데 출시는 언제하죠? 아니 사실 출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뭔지 알고는 있데요?

이미 출시했던 게임을 고쳐 만드는 경우에는 문제가 덜 부각되므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국내 게임들의 상당수가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그러니까 이미 서비스했던 게임에서 그래픽 데이타만 살짝(혹은 왕창) 바꾸거나 수치 데이타만 바꿔서 출시하는 경우죠.

정말로 유져들은 느끼지 못합니다. 대다수의 유져들은 완전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죠.

이런 경우에는 PD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도 출시는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돌아가던 물건이거든요. 이 방법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방법에 익숙해지고나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을 하게 되어도 여전히 그렇게 잘 돌아갈걸로 믿게 된다는게 진짜 문제입니다.

'A프로젝트는 개발을 모르는 아무개를 앉혀놨는데도 게임이 나왔잖아. 문제없다니까?'

이런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지 않나요?

전제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네 완전히 다릅니다. 데이타만 바꾸는건 게임방 폐인들만 데려와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출발하게 되면 능력있는 개발 리더(PD)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해집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상황이 수시로 생깁니다. 그 결정 하나하나에 따라  지뢰밭을 뚫고 목표에 도달할수도 있고, 펑~ 하고 산화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2. PM의 역할을 우선시 하여 PD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

이건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PM을 따로 두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기업 운영의 프로세스가 잡혀지 있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고, 인건비 부담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간결한 의사결정체계를 유지하기 위함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PD가 PM의 역할을 겸합니다.

[근데 중요한 문제는 전투 지휘관이 식량 조달하느라 전투를 못한다는거죠.]

불행하게도 이게 제 상황입니다.

저희 회사는 PM직함만 존재하므로, 전 PD이자 PM입니다.  메인 프로그래머이기도 하죠.

프로그래밍 양이 엄청 많습니다. 장담하건데 이 업계 웬간한 프로그래머들보다 작성하고 관리하는 코드가 훨씬 많습니다. 평균적으로 화면에 띄워져있는 vc++툴이 5개 정도입니다.

허나 이런 업무들이 PD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면이 크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PM으로서의 역할이죠. 저의 프로그래밍 지식이나 개발경험은 PM으로서의 역할에 거의 도움이 안되며, PM으로서의 역할은 제게 엄청난 짐을 부과합니다.

네. 하지만 전 가라테로 단련한 몸에 한번에 발차기를 1000번씩 하고 푸쉬업을 2000번 할 수 있는 끈기를 지녔기 때문에 참을 수 있습니다.

그 인내력이 출시까지는 버텨주길 바랄 뿐입니다.

최근 저희 프로젝트 캐릭터 외주건으로 상당히 귀찮았습니다. 다행히 외주계약서 작성/검수 건에 대해서는 간결한 절차가 도입되어 한결 나아졌습니다.

이런건 그래픽 팀장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PD/PM/관리자 는 보고만 받고 승인만 하면 될 사항이죠. 또한 관리부서에서 조금 더 수고하면 전투를 하는데 훨씬 편해집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근태관리가 있군요. 지각/결근 등의 수정사항은 매월 말일에 PM이 일괄적으로 정리해서 관리부서에 보냅니다.

관리부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 멋대로 작성되어있는 팀원들의 수정사항 (ex:23일에 실수로 출근등록을 못했거든요. 정상출근으로 해주세요)들을 모아서 깔끔한 양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 개개인에게 이것저것 확인하고 메일을 작성하는데 20분쯤 소요됩니다.

네. 20분은 별거 아닐 수 있죠.

근데 전 중요한 코드를 짜던 중이었으므로 다시 집중할때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이런 잡무를 처리하는게 짜증나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웹서핑을 하게 되면 시간은 더 낭비됩니다.

다행히 우리팀의 똑똑한 기획자가 이 모든 것을 자동화해서 월말에 저한테 메일로 날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저희 개발팀 서버에 등록된 근태 수정사항은 월말에 제게 메일로 날라오고 전 관리부서로 포워딩만 하면 됩니다.

이로서 절 열받게 하던 큰 장애요인이 하나 줄었죠.

솔직히 지각을 좀 하든지 말든지 그런거야 팀 안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걸로 전투자원을 낭비하다니.

말했듯이 우린 조화로운 사회생활을 유지하고자 모여있는게 아니고, 물건 만들어 팔아먹기 위해 모인겁니다. 결과가 모든걸 말해줄 뿐이죠.

장비 수리요청이나 장비 신청 따위도 현재는 다 PM의 손을 거치게 되어있기 때문에 무진장 성가십니다. 이런걸 하는데는 개발 경험이나 개발 지식은 별 필요가 없습니다.

핵 쏘는 고스트 뽑아서 미네랄을 꼭 캐야겠습니까?

N사의 경우는 사내 핼프데스크가 있어서, 전화하면 상당히 많은 잡무들을 처리해줍니다. ("ex:여기 멀티탭이 없는데요/예.갖다드리겠습니다")

이만큼은 안바랍니다.

없앨 수 있는 장애요소는 없애야 합니다.

이런. 당장 제 일과 관련되어있는 부분이라 상당히 길게 써버렸네요.



요점정리(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
1. PM은 PD가 아닙니다.
2. PD의 역할을 하는 자가 없으면 프로젝트는 지뢰를 밟고 펑~ 산화해버립니다.
3. PD는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채워넣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PD는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PD에게 PM의 업무를 부과하지 마십시오.
6. PM을 따로 두는 것이 여러가지 문제(주로 정치적인 문제)로 꺼려진다면, 팀장/파트장에게 권한/책임을 많이 주고 관리부서에서 더 수고하게 하십시오.


10줄 이내로 짧게 쓰려던 글이었는데 엄청 길어졌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악플은 사양합니다.

퍼가는건 좋습니다.

-유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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